아판타시아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병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이미지로서 상상하는 것이 불가한 질병이다.
사과를 떠올리라 하면 우리는 빨간 사과를 떠올리지만, 해당 증상을 겪는다면 까만 화면만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착안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하신다.

나는 프리뷰로 봤다. 초연으로 보면 여러 가지 실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할인한 가격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다.
프리뷰답게 실수가 잦았다. 말도 꽤 많이 꼬인 게 느껴졌고, 긴장이 역력한 게 느껴졌다. 세팅도 완벽하지 않았고, 타이밍이 어긋나기도 했으며, 영상 송출이 안 돼 마술 한 꼭지는 아예 보질 못했다.
이렇게 써놓으면 뭐 엉망진창 아라리요 같은데, 그럭저럭 괜찮았고 또 그 맛에 프리뷰로 본다.
해당 공연의 경우 완성도가 높을수록 공연의 질이 달라질 것이 확연하기에 최대한 뒤의 공연을 보기를 추천한다.
아님 프리뷰로 아싸리 싸게 봐도 좋고. 초연은 초연의 맛이 있다.
나는 마술에 정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중학교 1학년부터 마술을 접하기 시작해서, 한때는 연습도 꽤 했었다. 물론 지금은 아는 척밖에 할 줄 모른다.
아판타시아를 가게 된 계기는 내가 멘탈매직에 관심이 너무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멘탈매직이란 심리 조작 등을 통해 마술사가 원하는 것(카드 등) 을 관객이 고르게 하거나, 관객의 생각을 맞추거나, 마술사가 관객의 행동을 유도하여 실제로 하게 하는 것 등이다. 그냥 당신이 생각하는 그거다.
멘탈매직의 근간에는 심리학적 이론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심리학을 좋아한다면 빠져들지 아니할 수가 아니할 수 없다.
관련 내용을 찾다 보면 세계적으로 멘탈매직의 대가, 마음을 조작하는 악마, 멘탈리스트 '데런 브라운'을 접하게 된다.
https://namu.wiki/w/%EB%8D%B0%EB%A0%8C%20%EB%B8%8C%EB%9D%BC%EC%9A%B4
데런 브라운씨 안녕하세요. 여긴 한국입니다.
재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데런 브라운의 매직쇼 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게 가능하다고?'라는 엄청난 충격을 먹었다. 역시 같은 걸 배워도 어떻게 써먹느냐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심리학은 마술이라는 영역에서 매우 강력한 도구였다.
멘탈매직은 점입가경 같은 놀라움을 선사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데런 브라운 마술 시리즈를 보기를 꼭 추천한다. 매우 강력하게.

이건 사람을 죽이도록 조종한다.

이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게끔 조종한다.

이건 사이비 교주가 행하는 기적이 심리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가장 놀랍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푸시, 희생, 미라클 전부 매우 놀라우며 멘탈매직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정교하고 이론적인지 보여준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다.
특히 미라클은 사이비 교주들이 행하는 '기적'의 실체를 마술적으로 풀어낸다.
집단 최면과 마인드 리딩에 초점을 맞춘 쇼가 진행되는데, 거의 마법사 수준이다. '이게 현실 세계에서 일어 날 수 있다고?'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봐야만 이 생경함을 나와 공유할 수 있다.
정말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러나 아판타시아를 보러 갈 사람이라면 데런브라운 시리즈는 아판타시아 이후에 보는 것을 권유한다. 그 이유는 데런브라운이 너무 끝판왕이기 때문이다.
아판타시아는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 마술 공연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많은 부분 유명한 마술 공연들의 흐름을 따라간다.
물론 그것을 성공시키고 얼마나 잘 이끌어가느냐는 것은 마술사의 재량과 능력이며, 눈앞에서 마술의 성공을 볼 때의 희열은 비교할 바가 되지 않으나 관객 입장에서 같은 마술을 본다는 느낌의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멘탈 매직은 '설마 설마 설마'를 극한으로 이끌어내는 재미가 있다. '내 눈을 의심한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선택, 나의 자유. 어느 정도의 트릭이 있긴 하겠지만, 마술사조차 그 결과를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쫄깃함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판타시아는 데런브라운 쇼의 하위 호환이라는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퀄리티나 구성에 있어서 데런 브라운의 쇼가 '나'라는 존재를 넘어서 '인간' 자체를 더욱 극적으로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다다. 왜냐면 데런브라운은 만날 천날 이것만 하는 사람이고, 최현우 씨는 이번에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고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우의 아판타시아는 매우 놀라웠다. 분명히 창의적인 시도들이 있었으며, 고전적인 루틴들도 충분히 극적으로 재미있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 마술마다 '야호!'하면서 신나했다.
다만 나는 멘탈매직 중에서도 '집단 최면'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해당 파트가 적어 더욱 실망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약하면 충분히 한 번쯤은 경험해 보면 좋을 것이며, 보고 나서 관심이 있다면 데런 브라운 시리즈까지 즐기기를 권장한다는 것이다!
돈 아깝슈~ 하는 사람은 데런 브라운 시리즈라도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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