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스시쇼쿠를 운영하던 쉐프님께서 새로 오픈하신 공간이라고 합니다.
지하에 있는데 마치 작은 정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비밀장소에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프라이빗한 느낌을 강하게 주며 내부 조명 또한 그렇다.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신경을 쓰셨구나 싶습니다.

화장실 진짜 고급스럽게 생겼고, 찜질방 냄새 나서 좋다.
목욕탕엔 언제쯤 갈 수 있을까 목욕탕 가고싶다. 근데 화장실 갈때 턱이 갑자기 낮아져서 '억!' 소리냈다 히히!

1.토마트 유자 샐러드
간장, 와사비, 유자로 구성된 에피타이저로 시작한다. 상큼한 향이 입맛을 확 돋구고 간장이랑 와사비가 토마토랑 참 잘 어울린다.
대체 토마토를 왜 간장에 담궈서 와사비 올려서 먹을 생각을 한 걸까? 아주 칭찬해주고 싶네.

2.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
푸딩 같은 식감에 아주 부드러운 맛이다. 훈연향이 강해서 베이컨이 들어갔나 싶었는데 문어였다. 올라가는 재료는 철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은데, 옥수수 알갱이 같은 건 늘 넣어주시는 듯 하다. 그 논두렁 (혹은 밭두렁) 작은 버전의 알갱이 같은것들이 밋밋할 수 있는 식감을 살려준다. 논두렁이랑 밭두렁 뭔지 아실랑가? 그거 먹다가 이빨 부러진 애들 여럿 있었는데

3.광어회
광어회인데 숙성을 오래 하신 것은 아니신듯 한게 막 달거나 감칠맛이 되게 좋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광어회! 좀 싱싱탱탱한 광어회! 식감은 부드럽과 탱탱의 중간 그 어디쯤이었다.

4.도미뱃살
'와우!' 라는 감탄사가 나왔던 첫 번째 초밥. 여기서부터 슬슬 시동거시는구나 싶었다. '오늘 어디 한번 달려봐?' 이런 느낌을 넌지시 던져주셨다. 아주 부드러웠고 맛있었다. 안에 실파가 적당히 은은했고 간장도 발라주셨다.
나는 식당에 가면 웬만하면 쉐프님이 주시는 대로 먹는다.
간장을 발라서 주시고 간이 돼 있다고 하셔서 와사비를 올리거나 간장을 더 바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데 조금 삼삼한 느낌이 들었다. '쉐프님이 의도하신 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먹었다.

5.잿방어
잿방어가 무엇인가.. 농어목 전갱이과의 바닷물고기라고 합니다. 너 참 맛있고 좋더라.
상당히 부드러웠고 감칠맛과 식감이 아주 적절했다. 자 드가자~~

6.가리비관자
이건 부드러움이 극강이었다. 혀로 누르면 슥 뭉개지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식감이 아주 없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조화가 참 중요하다.
나도 선을 넘고 밤새 '아 이때 이렇게 말할걸' 하고 망상병에 자주 빠지는 편이다. 중용의 덕을 잘 지키며 살자.

7.작은 전갱이
참고로 쉐프님이 놔주시면서 말해주신 이름 그대로 쓰는거다. 쉐프님이 '작은 전갱이입니다' 라며 놔주셨다.
간생강이 올려져서 비릿함을 조금 잡아주었다. 향긋한 비릿함에 기분이 좋았으나 이때 밥이 조금 질기 시작했다.
이후로 2~3pc정도는 밥이 조금 질다는 생각을 했다.
자~ 드가자~~ 했다가 아 잠깐만 나 화장실좀 하는 느낌이었다.

8.단새우
크리미한 식감은 좋은데 단맛이나 감칠맛은 기대 이하였다. 화장실 가서 왜 나오질 않아 열받게.

9.아귀간
자 드가자!!!!!!!!!!!!!!!!!!!!!!!!!!!!!!!!!!!!!!!!!!!!!!!!!!!!!!!!!!!!!!!!!!!!!!! 유루히~!
마치 피자빵의 토핑을 응축시켜서 크리미한 식감으로 하여 차갑게 먹는 느낌이었다. 혹평아니고 호평이다.
진짜 맛있었고, 오늘의 최고의 조각이었다.

10.삼치구이
삼치구이가 퓨레, 대파튀김과 함께 올라왔다. 퓨레는 감자랑 파프리카로 만드셨다는데 감자로 이렇게 치즈같은 맛을 낼 수 있나? 뭔가 더 들어간 것 같기는한디 코 박고 먹느라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
두 입 정도에 퓨레랑 같이 먹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퓨레 맛과 향이 강해서 삼치의 살부분이랑만 먹으면 퓨레가 삼치향을 잡아먹어버린다.
간장 맛이 진하게 나는 껍질부분이랑 같이 먹으면 아주 조화롭고 맛있다.

11.참치뱃살
부드럽고 좋았다. 확실히 싼마이로 먹던 그 살얼음 채로 나오는 냉동의 맛과는 전혀 달랐다. 근데 그냥 아는 그 맛! 그게 되게 신선한 맛! 신선하게 사는게 중요하다.
누런 눈깔에 거무튀튀한 얼굴, 처진 얼굴에 나는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당신은 부디 신선하길 빈다. 근데 아니면 또 어때? 그래도 신선하면 좋지 않을까?

+장국
이때 장국이 나왔는데, 장국이 또 별미였다. 일반적으로 나오는 맑은 장국과는 달랐다.
조금 깊이 있고 기름기 있었다. 근데 그게 무겁지는 않고 맑냐 안 맑냐 하면 맑은 편이다.
향이 두 가지가 나서 신기하다. 미소 된장 뒤에 숨어서 자기 모습 슬쩍 슬쩍 보여주는 느낌이다.
신기해서 향을 계속 맡고 있었는데, 쉐프님이 육수 두 가지를 섞어서 그렇다고 말씀해주셨다. 친절 감사합니다.
(이건 미워서 그랬는지 사진도 없네 ㅎ)
12.참치등살 (아카미)
난 참치등살이 그냥 참 그냥 그렇더라. 자 그만 드가자~

13.성게알
기대했던 단 맛은 아니었다. 끝에 비릿하고 시큼한 맛이 났는데.. 뭐지.. 자 집 가자~ 이건가..
원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데 그런가? 싶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아라.

14.초절임 고등어
나는 등푸른 생선을 아주 좋아하는데, 고등어가 정말 맛있었다.
호불호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비린 맛을 잘 잡으신 것 같다. 나는 향이 좀 더 강해도 좋았을 것 같았다.
선도도 진짜 좋다고 느껴졌고 무엇보다 멋있게 생겼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데, 나는 치마조차 못 되어서 슬프다.

15.바다장어
나는 푸석 하고 부스러진다고 느꼈는데, 일행은 아주 부드럽게 녹았다고 한다. 뭐지? 여튼 그냥 그럤다.


16.후토마키
행운의 꼬다리가 내게왔다. 아무래도 쉐프님은 날 눈여겨 보신게 아닐까? 하여간 // //
근데 좋아서 깝치다가 손에서 부서져서 허겁지겁 부속물 주워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소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다른 재료 맛이 잘 안 느껴졌다. see-saw~

17.우동
무, 계란, 마, 실파가 안에 드가고 가지가 토핑으로 올라갔다. 난 가지인줄도 몰랐다.
되게 부드럽다.
근데 나는 간 마의 식감이 콧물같아서 싫은데, 노른자랑 같이 먹으니 더욱 좀 그랬다. 근데 맛있어서 후루루룩 다 마셔버렸다. 깔끔했다.

18.우유푸딩
이제 갈 시간임을 알려주는 디저트. 진짜 너무 맛있었고 우유푸딩 위에 올라간 청포도와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너무 귀여웠던 식기



런치 5만원에 이 정도 구성, 이런 분위기, 이런 재료.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돈 5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5만원이면 미들급스시야 에서도 저렴한 편인데,
오마카세에 관심이 있다면 돈 모아서 특별한 날 가봐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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